정말 이상하죠. ‘재밌어서 일해’라는 말은 동화 속 이야기 같고, ‘일은 그저 일일 뿐, 재미를 바라면 욕심이야’라는 말은 너무 현실로 훅 치고 들어오는 것 같아요. 아마 우리는 동화와 현실 사이 그 어딘가에 있을 겁니다. 어떤 날은 의욕이 퐁퐁 샘솟는가 하면, 또 어떤 날은 종일 땅 꺼지도록 한숨만 쉬곤 하니까요.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포기해버린 적도 있지만 그럼에도 이 일을 계속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예요.
좋아해서 시작한 일과 그걸 계속 좋아하려는 마음을 오래 들여다보는 요즘입니다. 그래서 이번 뉴스레터는 일이 항상 즐거울 순 없지만, 즐거워질 방법은 충분히 있다고 외치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봤어요. 노력이 깃든 작업물을 세계적인 디자인 어워드에 출품해 상을 수상한 후기와 익숙한 업무 환경을 벗어나 태국 치앙마이로 리모트 워크를 떠난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누군가의 방식에서 내 방식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를. 언제나 그렇듯 정답은 멀리 있지 않을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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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승준 [MUX Interactive Design], 배가람 [Main Product Design 1],
정승희 [Common UX], 이가인, 이현지 [Advanced UX 2], 남상은 [Design Rel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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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박승준, 배가람, 정승희, 이가인, 이현지 디자이너와 남상은 디자인 퍼실리테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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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수상 축하드립니다. Seasonal Effects 팀부터 얘길 나눠볼까요? 어떤 서비스인지 소개해주세요.
승준 : 크리스마스나 할로윈 같은 글로벌 이벤트, 국가별 특정 기념일, 사용자 생일 등에 맞춰 LINE 프로필 영역에 다양한 스타일의 애니메이션을 제공합니다. 이 기능은 홈 탭을 사용자 중심 공간으로 개선하는 과정에서 도입됐는데요. 사용자는 특별한 날을 의미 있게 기념하면서 LINE 서비스와 자연스럽게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이걸 계기로 안부가 궁금했던 지인이나 가족들에게 연락할 수 있겠네요.
가람 : 맞아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각 이벤트마다 적합한 경로로 안내하고 있어요. Action Button을 통해 밸런타인데이에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을 보낼 수 있고, 위로나 추모가 필요한 순간에는 기부도 할 수 있죠. Seasonal Effects의 인터페이스와 플로우를 설계하면서 기존 요소들과의 시각적인 어우러짐, 앱 내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마음을 읽은 듯이 착착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 그 연결성이 정말 중요하죠?
가람 :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일본은 특히 기념일을 잘 챙기는 편이에요. 그래서인지 LINE Gift Shop과 연계한 이벤트들이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 Home Access NPU(신규 구매 사용자)가 약 9배 상승했고, RPU(구매 이력이 없던 사용자의 구매 전환 수)가 3배 이상으로 증가하는 등 GMV(총 매출액)에 기여했다는 걸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었죠. 기억에 남는 이벤트를 꼽자면 Mother’s Day요. GMV 9억이라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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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인 효과에 그치지 않고 LINE 플랫폼 내 콘텐츠, 서비스와 연결해 몰입감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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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을 확 끄는 애니메이션은 어떤 식으로 작업하나요?
승준 : 직관적으로 어떤 이벤트인지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호기심과 궁금증에 눌러보게 되는 애니메이션이 뭘까 늘 고민합니다. 사용자에게 선물처럼 다가가고 싶거든요.
누르고 싶어 손가락이 근질근질하게 만드는?
승준 : 네. 그래서 오브젝트나 캐릭터의 움직임을 많이 찾아보고 세밀하게 연구합니다. 동물이나 사람의 경우 더더욱 꼼꼼하게 살펴봐요. 2023년 크리스마스는 선물을 가득 실은 산타와 루돌프 그래픽이었는데요. 여러 영상과 자료를 보면서 사슴이 어떻게 달리는지 하나하나 분석했던 기억이 납니다. 루돌프가 어색하게 달리면 전체 완성도가 확 떨어질 테니까요. 3번이나 재작업을 할 정도로 공을 많이 들였는데 결과적으로 자연스럽게 잘 나와서 만족스러웠어요. 가장 애착이 가는 작업물 중 하나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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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연말, 생일, 각종 기념일이 되면 불쑥 건네는 선물처럼 나타나 뜻밖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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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에 대한 애정이 공모전 출품으로 이어졌다고 들었어요. 굿 디자인 어워드는 2차 실물 심사가 있잖아요. 어땠는지 궁금해요.
가람 : 정말, 정말, 정말 힘들었어요(웃음). 모니터를 포함해 여러 디바이스를 전부 들고 일본에 갔거든요. 그렇게 어렵게 현장에 도착해서 작품을 설치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다양한 출품작들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승준 : 한여름이었는데 설치 공간에 에어컨이 없었습니다. 하하. 그래도 가람님이 물품 리스트부터 커뮤니케이션까지 모두 꼼꼼하게 챙겨 주신 덕분에 저희 부스는 가장 구성이 풍부하고 눈에 잘 띄는 공간이었어요.
진부한 표현이지만 고생 끝에 낙이 왔네요. 수상 소식을 들었던 날 기억나요?
가람 : Seasonal Effects는 프로덕트 디자인 뿐만 아니라 2D, 3D 그래픽 그리고 모션 디자이너 등 많은 분과 협업해서 만들고 있어요. 2024 굿 디자인 어워드 수상은 높은 완성도를 위해 모두가 고생한 결과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정말 기뻤어요. 같이 준비한 승준님과 팀워크도 너무 좋았고요. 잠깐, 저만 그렇게 느낀 거 아니죠? 으하하하.
승준 : 2022년부터 2025년 초까지 2년 넘게 작업을 하면서 다양한 데이터와 인사이트를 축적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물을 그냥 묻어두기엔 아깝다고 생각해서 출품했는데, 그간의 노력이 인정받은 느낌이라 더욱 뜻깊었어요. 입사 동기이자 오랜 시간 함께해 온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가람님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우리 앞으로도 함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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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E 임직원이 콘텐츠를 쉽게 생성하고, 수정하고, 퍼블리싱 할 수 있도록 설계한 LINE CM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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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끈한 전우애가 느껴집니다(웃음). 이제 팀워크 하면 빼놓을 수 없는 CMS팀으로 넘어가볼게요. 간략하게 서비스 소개를 부탁드려요.
승희 : LINE 임직원을 위한, LINE 임직원에 의해 탄생한 사내용 콘텐츠 매니지먼트 시스템(Content Management System)입니다. 디자이너, 기획자, 개발자 등 모두가 코드에 대한 전문 지식 없이도 모듈형 템플릿으로 콘텐츠를 제작, 편집, 배포를 할 수 있도록 설계했어요. 미리 디자인된 템플릿을 조합하는 것만으로도 쉽고 일관성 있게 LINE 스타일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습니다.
기존의 툴과 비교해 CMS만의 차별점은 무엇일까요?
가인 : 승희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템플릿을 활용하기 때문에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빠르게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다는 점이요. 퍼블리싱 프로세스 최적화로 운영자의 업무 부담은 줄어들고, 실수하는 상황도 방지해줍니다. 직관적인 레이어 패널 UX도 특징인데요. 콘텐츠 위계 구조를 한눈에 살펴보고, 자유롭게 레이어를 이동할 수 있습니다.
좋은 점수를 받은 부분이죠? 특징에 대해서 계속 이야기해주세요.
승희 : 단순히 내부 툴에 그치는 게 아니라, LINE 제품의 일환으로 개발된 시스템이에요. 그래서 디자인적으로도 LINE의 아이덴티티를 충실히 반영하고자 했어요. 예를 들어 Carousel, List와 같은 레이어 개념을 표현하기 위해 커스터마이징된 아이콘을 직접 디자인하는 등 버튼, 레이아웃, 인터랙션을 포함한 모든 UI 요소를 LINE 스타일에 맞춰서 제작했습니다. 시각적인 완성도와 더불어 일관성 있는 디자인 언어 안에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현지 : 덧붙이자면, 모듈 프리뷰 기능도 차별점이에요. 내가 만든 모듈이 다양한 글로벌 환경에서 어떻게 보이는지 예측할 수 있고 그걸 감안해서 제작할 수 있으니까요. LINE이 가지고 있는 글로벌 서비스 개발에 대한 노하우를 시스템화했다고 할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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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S는 웹 사이트 제작 도구 Wix, Wordpress처럼 코딩 지식 없이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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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나왔으니 묻지 않을 수 없네요. 글로벌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기에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나요?
승희 : 각각의 타깃 국가 언어에 최적화된 디자인 로컬라이제이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단순히 다국어를 지원하는 게 아니라 언어별 특성을 반영한 폰트와 간격, UI 배치 등을 고려하며 작업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기능이 '다국어 라이브러리'예요. 동일한 템플릿을 기반으로 여러 언어 버전을 쉽게 제작할 수 있어서 글로벌 사용자에게 일관되고 심리스한 UX 경험을 줄 수 있어요.
직접 사용하고 있는 동료들의 반응도 궁금하네요.
현지 : 직군에 구애받지 않고, 별도의 학습 없이, 누구나 바로 사용하는 툴이 될 수 있을까? 내내 고민하면서 작업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콘텐츠를 정렬하는 옵션에 있는 ‘Space Around’, ‘Space Evenly’ 대신 아이콘을 넣어 시각적으로 바로 알아차릴 수 있게 한다든지, 디자인 속성값들의 이름이나 표시 방식을 직관적으로 바꾸고 그룹화했어요.
가인 : 콘텐츠를 관리하는 방식에 큰 변화를 준 시스템인 만큼 긍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주셨어요. 자연스럽게 외부 평가도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출품하게 됐어요!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어워드에 도전해 보니 어땠어요?
현지 : 디자이너라면 한 번쯤 ‘국제 디자인 어워드 수상’이라는 꿈을 꾸지 않을까 싶어요. 막연하게 생각하던 중에 파이팅 넘치는 가인님, 승희님의 제안으로 즐겁게 참여하게 됐습니다. 기억에 남는 건, 마감 마지막 주에 작업량이 몰려서 새벽에 온라인으로 만나서 작업했던 거요. 서로 야식은 뭘 먹는지 얘기하면서(웃음) 말 그대로 달렸거든요. ‘드디어 끝났다’ 외치고 잠깐 눈을 붙이고 일어났는데, 또 오타가 발견된 거 있죠? 하하하. 망연자실한 채로 다시 수정하고. 아무튼 웃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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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으로 LINE 임직원의 니즈를 파악하고, 그 니즈에 맞는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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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했던 것처럼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2025에서 본상을 받았습니다. 기분이 어땠어요?
가인 : 내부 툴을 설계하는 프로젝트는 주목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CMS가 실제 사용자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라는 걸 공식적으로 인정받아서 정말 기뻤습니다.
승희 : 올해 2월 도쿄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CMS 프로젝트를 만들어가고 있는 한국, 일본 동료들에게 수상 소식을 전했는데요. 진심으로 축하해주셨어요. 대외적인 인정도 의미 있지만, 저는 런칭부터 지금까지 CMS를 전담한 디자이너라서 그런지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고생한 동료들이 보내준 환호와 박수에 비할 게 없더라고요. 공모전 준비하는 동안 응원도 많이 해주셨고. 이런 부분이 일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대화를 나누면서 올라퍼 엘리아슨의 말이 떠올랐어요. ‘경험은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디자인 어워드 출품을 돕고 있는 퍼실리테이터 입장에서 한마디 덧붙인다면요?
상은 : 자신이 진행한 프로젝트가 어떤 디자인적 강점이 있으며, 저명한 디자이너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평가받는다는 건 정말 큰 이점 같아요. 그랑프리, Best 100 등 좋은 성적을 낸 경우 독일, 일본 등 현지 시상식 참여를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 교류할 수도 있고요. 무언가 새롭게 도전한다는 것이 쉽진 않지만 좋은 기회잖아요. 찾아온 기회를 잡고 즐기는 태도가 중요한 것 같아요.
Thanks to Seasonal Effects - 김예슬, 손민하, 안진언, 양소정, 최인영
CMS(Content Management System) - 고세현 LYP Premium - 김가림, 박예인, 방은경, 안진언, 이가인, 이현지, 인반석, 홍선경, Design Executive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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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에서 일 해보기, 치앙마이 8 to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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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E+ 구성원이라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할 수 있어요. 협업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업무 환경이 잘 갖춰진 곳이라면 그게 어디든. 시차 4시간 이내 해외도 가능합니다. 다시 말해, 오래전부터 막연히 상상만 했던 새로운 일상을 살아볼 수 있다는 이야기지요. 공간이 바뀌면 마음가짐도 달라진다고 했던가요. 잃어버린 집중력을 찾아 노트북을 옆구리에 끼고 떠났습니다. 느긋하고 자유로운 태국 치앙마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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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6:30
시차 덕분에 아침형 인간
아침 잠을 깨우는 새소리. 졸린 눈을 비비며 커튼을 열자 방안으로 햇살이 쏟아지듯 들어옵니다. 이내 침대에서 일어나 김이 솔솔 피어나도록 뜨겁게 커피를 내리고, 요거트 볼을 만들어요. 새콤한 요거트에 그래놀라, 잘 익은 파파야를 듬뿍 넣었는데 맛이 없을 수 없겠죠? 살벌한 물가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과일을 이토록 마음껏 먹다니! 입 안 가득 퍼지는 상큼 달콤함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오는 아침이예요. 역시 제철 과일은 보약이요, 기쁨이 맞습니다.
가볍게 배를 채운 후에는 집 주변을 20분 정도 산책해요. 걷다 보면 머릿속에 산발적으로 떠돌던 ‘오늘 할 일’이 정리되면서 묘하게 마음이 평화로워지거든요. 가뿐해진 상태로 돌아와 책상 앞에 앉습니다. 아자자 파이팅. 현재 시각은 오전 8시(한국 시간으로는 10시), 근무 ON 버튼을 클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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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8:00
기분 좋은 고립, 되찾은 집중력
읽지 않은 메일부터 확인한 다음 어제 미처 끝내지 못한 일을 처리해요. 그런데 집중할수록 거북이처럼 자꾸만 앞으로 향하는 목! 뻐근함에 정신이 번쩍 들어 자세를 고쳐 앉다가 창밖 풍경과 마주쳤습니다. ‘아, 여기 치앙마이였지.’ 실은 이곳에 오기 전 업무 권태기가 왔었어요. 극복 방법을 찾던 중 ‘해외 리모트 워크’를 떠올렸을 때, 직감할 수 있었죠. 머지않아 떠나게 될 것이라는 걸요.
성큼성큼 내 발로 들어간 자발적 고립. 익숙한 가구 하나 없는 환경에 데려다 놓자 놀랍게도 집중력이 돌아왔어요. “이게 된다고? 정말?” 불과 며칠 만에 여느 때보다 몰입해서 콘텐츠를 기획하고, 팀원들과 줌 미팅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내기까지 했다는 말씀. 물론 야무지게 준비하고 온 이유도 있을 거예요. 머무는 곳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 같으니 살짝 공개해봅니다.
제가 숙소를 고를 때 우선시 한 건 ❶ 인터넷이 빠르고 콘센트가 충분한가(공간만 바뀌었을 뿐 업무량은 줄지 않았다), ❷ 널찍한 책상과 등받이 의자가 있는가(어쩌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곳이니) ❸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가(조금만 걸어도 인중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날씨), ❹ 수영장 또는 헬스장이 있는가(있는 힘껏 달려 땀을 빼거나 차가운 물에 풍덩 들어가는 것만큼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도 없지). 그 외에 동네 치안과 분위기도 살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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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11:00
점심에 진심
점심(點心)이란 본래 ‘마음에 점을 찍는다’는 뜻이죠. 마음에 점 하나 찍듯이 가볍게 먹는다는 의미지만, 하루의 중간에 멈춰 서서 마음을 점검하고 남은 오후를 준비한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해요. 치앙마이에 온 이상 대충 먹고 때운다는 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 알찬 점심시간을 위해 배꼽시계가 울리자마자 의자에서 명랑하게 일어납니다. 더위 때문인지 문을 일찍 열고, 일찍 닫는 맛집이 많아서 이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하거든요.
자, 오늘의 타깃은 어젯밤 구글 맵을 뒤져 찾아낸 근처에서 제일 맛있다는 쏨땀(파파야 샐러드) 음식점입니다. 메뉴는 미리 정하고 오는 한국인답게 자리에 앉자마자 옥수수 쏨땀과 항정살 구이를 시킵니다. 아니, 그런데 다른 테이블을 스윽 훑어보니 하나같이 야채 스프 같은 걸 먹고 있는 거 아니겠어요? 추가로 주문하자 허브 향이 스민 국물 요리가 금세 테이블에 도착. 하지만 한술 뜨는 순간 직감했습니다. 이건 잘못된 선택인 것 같다고. 도전은 실패했지만 아무렴 어떤가요. 이것도 저것도 먹어보는 게 한 달 살기의 묘미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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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3:00
도와줘요 LINE MAN
짧은 점심시간이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어지는 줌 미팅 또 줌 미팅. “뭐라도 먹어야 다음 할 일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아” 입에 넣자마자 정신이 확 드는 달달한 음료가 이내 떠올랐어요. 바깥바람도 쐴 겸 숙소 앞 카페에 다녀와도 좋겠지만 이런 날엔 찾는 사람이 유난히 많은 법. 야속할 따름이에요. 하지만 저에겐 기댈 구석이 있습니다. 바로 라인맨(LINE MAN Wongnai)
이 앱, 한국인에겐 익숙하지 않을 수 있겠네요. 하지만 태국에 간 적이 있다면 ‘라인맨’은 몰라도 한 번쯤은 라인 캐릭터가 그려진 오토바이나 현수막을 봤을 거예요. 라인맨은 태국 대표 배달 서비스거든요. 직접 사용해보니 LINE 메신저를 통해 주문 현황 알림이 오고 또 배달원과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게 정말 좋더라고요. LINE Pay에 카드까지 등록해두었다면? 간편함은 말할 것도 없죠.
띵동! 경쾌한 도착 알림 소리에 버선발로 뛰어나가 ‘오렌지 커피(오렌지 시럽을 넣은 커피)’를 맞이합니다. 어디선가 저속노화 선생님의 안타까운 탄식이 들리는 것 같지만, 어쩔 수 없어요. 이 녀석만큼 지금 제게 활력을 불어넣어줄 적임자가 또 없거든요. 배달비 포함 단돈 65바트(약 2800원)에 누리는 최대치의 만족감. 역시 고속노화 쾌속행복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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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5:00
퇴근, 지금부터 여행 시작
매일의 목표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제 손가락은 시곗바늘을 향할 겁니다. 이 말인즉슨 ‘정시 퇴근’이라는 일념 하나로 전투적으로 일하고 있다는 뜻이죠. 퇴근 후 낯선 도시를 원 없이 누려보겠다는 듯이요. 그 결과 업무 집중도와 속도가 확 올라갔어요. 아무튼 드디어 오후 5시, OFF 버튼을 누르고 노트북을 닫습니다.
퇴근 후에는 어떤 장면이 펼쳐지냐고요? 시장에서 장을 보거나, 플리마켓에 들러 숨겨진 보석을 찾는 기쁨을 누려요. 사두고 읽지 못한 책을 들고 카페에 가기도 하고요. 아, 또 한 가지! 이 운동 저 운동 배우러 다니고 있어요. 그리고 오늘은 체력과 호신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궁극의 운동, 무에타이 수업을 받는 날입니다. 친구의 성화에 못 이겨 시작했으나 어느새 제가 더 빠져버린 것 중 하나랍니다. 영 소질은 없지만요.
이렇게 시간을 쪼개 귀하게 쓰는 요즘이 퍽 즐거워요. 낯섦 속에서 버둥거리다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몰입의 시간을 보내다가, 급기야 ‘까짓것, 한번 해보죠’하고 시도하다가, 내가 조금 달라졌다는 걸 깨달았어요. 더 멀리 달리기 위한 재충전을 완벽히 마친 느낌이랄까요. 무에타이 선수가 잽을 날리듯 앞을 향해 팔을 뻗어 봅니다. 가볍고 자신감 있게. 원투, 원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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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띠
맛집 찾아다니는 걸 좋아해서 딱 하나만 고르기 어렵지만, 가장 먼저 떠오른 곳입니다. 규모가 크지 않고 바 테이블이 전부라서 소규모 모임이나 데이트 장소로 좋아요. 특히 우니 보타르가 파스타와 비프 웰링턴이 맛있습니다. (비프 웰링턴은 방문 전 예약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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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걸크림보이
이곳에서는 신선한 제철 과일로 만든 젤라토를 만날 수 있어요. 매번 새로운 맛을 선보여 선택을 앞두고 고민이 많아지는데요. 시그니처 메뉴인 솔티 크래커, 피스타치오 그리고 상큼함이 특징인 자몽과 토마토 소르베는 꼭 맛봐야 해요. 과하지 않은 달콤함을 찾는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김규경 [Wallet Product Desig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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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 케이스
예쁜 틴 케이스를 모으는 취미가 있어요. 작은 수납함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틴 케이스 안에 담겨있는 맛있는 사탕 과자와 차는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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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아주는 엄마 주도하는 아이
최근에 읽은 책인데요. 아이가 주도적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아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시도하며 '성공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이은수 [User Re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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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Yuri Noh I Designer Yein Park I Illustrator Sojung 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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